인사/노무팀 이슈리포트 - 11년 만에 통상임금 법리를 재정립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11년 만에 통상임금 법리를 재정립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보훈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승현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최낙현 노무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박솔 노무사
1. 들어가며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과 해고예고수당을 산정, 평균임금의 최저한이 되는 기준임금으로서,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에 이와 관련한 노사 간 법적 분쟁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습니다.
이후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및 같은 날 선고 2012다94643)’이 제시한 통상임금의 구체적 판단기준과 개념적 징표에 따라 통상임금을 판단해왔지만, ‘고정성’이라는 징표의 모호성은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2024. 12. 19.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11년만에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하였습니다. 해당 판결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고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을 새로이 재정립한바,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 종전 판례의 주요 내용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① 소정근로 대가성, ② 정기성, ③ 일률성, ④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판단하여,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고정성을 부인하여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변경된 판례의 주요 내용
가.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
대법원은 ① ‘고정성’은 통상임금의 정의 규정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을 비롯한 어떠한 관련법령에도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② ‘고정성’ 요건은 당사자가 재직조건 등의 지급조건을 부가하여 쉽게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킬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 ③ 통상임금은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 ④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기준임금으로서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등의 제공 이전 사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나. 통상임금의 개념 및 판단기준을 재정립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임금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재직조건부 임금
근로자의 재직은 소정근로의 제공을 위한 당연한 전제이므로, 재직조건이 부가된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의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은 부정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H보험사의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 한하여 지급하며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재직조건부 지급규정에 의하여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되었습니다.
2)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수 있는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된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은 부정되지 않으며, 설령 근로자의 실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하여 근로자가 해당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그 임금이 소정근로 대가성 등을 갖추고 있다면, 이를 통상임금에 산입하여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H자동차의 “기준기간 내 입사하여 15일 미만 근무한 자” 및 “실 근무일수가 15일 미만 근무한 자”를 상여금 지급제외자로 정한 근무일수 조건부 지급규정에 의하여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되었습니다.
3) 성과급
‘고정성’을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일정한 업무성과나 평가결과를 충족하여야만 지급되기에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합니다.
다. 적용범위
대법원은 이와 같은 판례변경은 임금 지급에 관한 근로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종전 판례를 신뢰하여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법적 안정성 및 신뢰 보호를 기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는 이번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 및 이번 판결 선고 시점에 새로운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에 대하여는 변경된 법리가 소급하여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4. 이번 판결의 시사점
금번 대법원의 판결은 향후 노동시장 및 기업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기업들은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한 사업 전략을 마련하여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가. 정밀한 인건비 계획 수립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해고예고수당, 휴업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 됩니다. 이번 판례로 인하여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 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과 같이 기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던 각종 수당들이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된다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임금들의 증가로 인해 기업은 상당한 인건비 부담을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하여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1에 따르면,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연간 6조7,889억원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막대한 인건비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항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여 인건비 예산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나. 근로계약서 및 취업규칙, 단체협약 재검토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기존 근로계약서 및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명시된 임금항목을 재검토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예방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사규 내 재직조건부 지급, 근무일수 충족 조건 지급 등의 규정이 존재하는 기업에서는 이번 판결을 고려하여 보다 명확한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실 것을 권고드립니다.
다. 법정수당 및 연차유급휴가수당을 고려한 임금체계 관리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되는바, 선고일 이전 산정된 통상임금은 기존 법리에 따라 판단되기에 추가적인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유급휴가수당, 해고예고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기업은 앞으로 시행될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를 반영하여 적절한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의 산정, 연차휴가의 사용 촉진 등의 연차유급휴가의 관리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 유연 근무제 도입 등 효과적인 인사관리 전략 수립
인건비 증가에 대비하기 위하여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 근무제,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 원격근무의 적극적인 활용 등의 방법 또한 모색해볼 수 있으며, 해당 전략은 근로자들의 근로생활의 질을 향상시켜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