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송무팀 이슈리포트 - 이혼 후에도 혼인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혼 후에도 혼인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서린하 변호사1
1. 사안의 개요 및 재판의 경과
원고와 피고는 2001. 12. 3. 혼인신고를 하였고 2004. 9. 16. 이혼조정이 성립되었으며, 2004. 10. 28. 이혼신고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2019. 11. 11. 혼인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 강박 상태에서 혼인에 관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주위적으로 혼인무효 확인을, 혼인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정신상태에서 피고의 강박으로 혼인신고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예비적으로 혼인취소를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는 이혼신고로써 해소된 혼인관계의 무효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 확인에 불과하여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도 이미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었으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된 이후에도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와 배치되는 종전의 판결(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판결 등)을 변경하면서 원심을 파기∙자판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에서 이혼 후에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을 인정한 근거
(1) 무효인 혼인과 이혼의 법적 효과가 상이한 점
대상판결은 무효인 혼인과 이혼 간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이혼 이후에도 혼인관계가 무효임을 확인할 실익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무효인 혼인은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혼의 경우와는 달리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사람과의 혼인금지 규정(민법 제809조 제2항)이나 친족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하여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형법 제328조 제1항 등), 부부간 일상가사채무에 대한 연대책임 규정(민법 제832조)는 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가사소송법에서 혼인당사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점
대법원은 가사소송법 제24조에서 혼인당사자 모두 또는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 혼인의 무효나 취소 또는 이혼무효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의 청구권자 및 상대방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이혼한 이후 제기되는 혼인무효 확인의 소가 단순히 과거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3) 협의파양 이후에도 입양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는 점
대법원은 협의파양 신고로 인하여 양친자관계가 해소된 이후에도 양친자 간의 분쟁을 발본적으로 해결하거나 예방하기 위하여 입양의 무효를 확인할 이익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므1553(본소), 1560(반소)}.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논리가 이혼 후 제기된 혼인무효 확인의 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기타
대법원은 위와 같은 근거 외에도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기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 확보의 차원에서도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으며, 국민의 재판 청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분쟁의 실질적 해결과 온전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노력할 법원의 책무를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종전에는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된 당사자가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면, 원고가 혼인과 관련된 현재의 구체적 법률관계를 제시하여 확인의 이익을 인정되어야 본안 판결에 나아갔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단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의 잘못된 기재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가능케 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